영화 유전 해석? 이 유전은 기름이 나는 곳은 아니었다. 부모로 물려받은 무언가를 말하는 유전이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자식들이 어머니로부터 무언가를 물려받는 이야기다. 그런데 그 유전으로 받은 것이 말썽이다. 좋은 유전은 자식들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지만 그렇지 않으면 불행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유전’ 때문에 불행한 예는 쉽게 찾을 수 있다. 바로 탈모이다. 아버지나 할아버지 중에 대머리가 있으면 십중팔구는 대머리가 되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부터 탈모를 겪은 남자에게는 가족의 유전자가 불행의 원인 된 것이다. 이런 가족력으로 생기는 것들은 다양하다.
이 영화의 감독은 자신의 가족의 암 이력으로 자신도 암에 걸리지 않을까 하는 공포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런 가족의 유전으로 인해 자신이 느낀 공포를 모티브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암이라는 죽음에 이르는 질병을 특정 종교로 바꾼 것이다.
건강이 가족이라는 굴레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선천적인 것이 아닌 살아가면서 생긴 문제 또한 가족의 굴레가 되기도 한다. 아버지나 어머니가 누구 빚 보증을 잘못 서서 가족 경제가 완전히 박살 난 경우이다. 그 여파는 단지 그 일이 일어난 한 세대에서 끝나지 않는다. 자녀들은 대학을 가거나 결혼을 하는데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경제적으로 겪는 현실적인 문제 외에도 더 큰 문제는 감정이다. 영화에서 엄마가 겪는 감정의 문제와도 맥락을 같이 한다. 엄마는 자신의 엄마인 할머니의 행동에 평생 마음을 다치고 살아왔다. 어머니 장례식과 지인을 잃은 슬픔을 공유하는 모임에서도 원망과 그리움이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현실의 경제 문제는 그 문제를 야기한 상황과 당사자에 대한 원망으로 감정은 향한다. 하지만 함께 살아온 세월동안 정 때문에 원망의 감정이 충돌하여 또다른 생채기를 만들어 버린다. 그렇듯 가족은 과거라는 유전에 의해서 웃기도 울기도하는 수많은 모순된 감정들이 충돌되는 곳이다.
그렇기에 현실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를 수용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가족은 지옥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가족은 그런 면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집이라는 단어는 단지 쉴 수 있는 공간을 의미하면서도 흔히 혈연으로 엮인 사람들을 뜻하기도 한다.
그만큼 가족은 내가 돌아가서 쉴 수 있는 그 자체로서의 의미를 가진다. 그렇기에 수많은 사람들은 결혼을 통해 가족을 꾸리고 자녀를 기르면서 살아간다. 그렇게 세대가 이어지고 그런 가정들이 모여서 지역 사회와 국가를 이룬다.
1인 가정이 늘어가고 있지만 나이 들어 늙어갈수록 형제와 배우자 그리고 자녀들은 의지할 대상이 된다. 물론 나이가 들수록 자녀들은 떠나고 배우자는 먼저 하늘나라로 가서 혼자 쓸쓸하게 보내는 사람들도 많지만 가족이 그런 역할을 하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이 영화에선 가족이라는 곳이 가진 공포스러운 측면을 다루고 있다. 지금도 많은 가족들이 부모나 형제 혹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저지른 무언가가 내려와서 유전이 되어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때론 그런 현실이 공포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때론 혈연이 아닌 관계를 가족 이상으로 만들어지기도 하는 듯싶다. 가족의 의미를 단지 혈연이라는 요소만으로 묶어두기는 어렵다. 가족의 원래 기능이 쉴 수 있는 곳, 편안함과 위로를 주고받는 것이라면 말이다. 사람은 그래서 진짜 가족을 만들기 위해서 몸부림치다가 외로움을 감내하는 존재는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