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하시 루미코 메종일각 쿄코, 일본 버블 경제 새로운 여성을 그리다

다카하시 루미코의 ‘메종일각’은 일본의 1980년대가 배경이다. 1980년대는 일본이 가장 잘 살던 시기이다. 또한 곧 그 거품이 꺼지기 경제 불황이 시작되기 직전이기도 했다. 이런 시기에 3류 대학생 고다이와 연립 주택 관리인인 젊고 예쁜 미망인 메종일각 쿄코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당시 잘 살던 일본은 대기업에 취직한 남자가 아내가 되어 좋은 가정을 꾸리는 여성이 성공한 여성의 전형이었다. 하지만 쿄코는 이런 전형적인 여성의 모습에서 벗어나 있다. 이는 버블 경제 붕괴되어가는 상황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메종일각 쿄코 80년대 버불 경제 변화 여성상

80년대 일본 버블 경제: 성공과 위기의 시기

1945년 2차 세계 대전에서 패망한 일본은 1950년 6.25 전쟁에서 군수 물자를 보급하면서 경제 성장의 계기를 마련한다. 이후 미소 냉전 체제에서 미국은 중국과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서 일본의 경제 성장을 적극 지원한다. 60 70년대를 거쳐 일본은 자동차, 전자 제품, 사무용품 등 성공을 중심으로 전 세계를 압도하는 경제 성장을 거둔다.

이런 성장은 미국의 경제 위기를 불러왔다. 당시 자본주의 진영의 대장인 미국은 이런 상황을 그냥 놔두지 않았다. 1985년 미국 플라자 호텔에 일본 포함 GDP 상위 5개국의 재무장관들을 불러 모았다. 5개국 화폐의 값은 올리고 미국 달러 값을 내리는 합의를 했다. 이 플라자 합의로 달러 값이 하락하여 미국은 일본에 더 싼 가격으로 물건을 팔 수 있게 되었다.

반면 일본은 더 비싼 가격으로 미국에 제품을 수출하는 상황에 몰렸다. 이에 일본은 경제 침체를 우려하여 1986년 5%에서 2.5%로 내린다. 금리를 인하와 함께 대출 기준을 낮췄다. 그러자 시중에는 은행에 돈을 빌려서 주식과 부동산에 투자하는 열풍이 일기 시작했다. 바로 일본의 버블 경제가 시작된 것이다.

1987년 세계 GDP 상위 7개국이 모인 루브르 합의를 통해 일본 2.5%에서 2.0%로 더 금리를 낮췄다. 일본 사람들은 대출을 받아서 부동산 주식에 투자해 졸부가 되는 사람이 늘어났다. 주식은 1980년보다 5배가 올랐다. 이에 일본 정부는 1991년에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를 하면서 그 버블은 터지고 말았다. 땅값은 절반으로 떨어졌고 주식은 1/3이하로 떨어졌다.

일본 독특한 사회 구조가 만든 경제 그리고 남녀

이런 버블 경제 터지기 전까지 일본이 경제 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다. 그 중 일본 만의 독특한 상황이 큰 역할을 했다. 은행은 정부의 관리로 특정 주력 회사에 대규모 투자를 하였다. 그 회사들은 은행들의 안정적인 자금으로 사업을 충분히 확장할 수 있었다.

그런 구조에서 성장한 일본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종신 고용을 약속했다. 이런 종신 고용은 물론 좋은 제도지만 한편으로 회사에게 무조건 충성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직원들이 회사 성공을 위해 밤낮 없이 희생을 요구 받았다. 이런 암묵적인 구조는 물론 일본 경제 성공의 원동력이 되었다.

이 구조 속에서 일본의 성공한 전형적 남성과 여성의 모습은 굳어졌다. 일본의 성공한 남성은 좋은 대학을 나와서 대기업 취직하는 것이었다. 대학의 급에 따라서 취직할 수 있는 직장 급이 철저하게 나눠졌다. 반면 여성은 좋은 기업에 다니는 남성과 결혼하여 아내와 엄마 역할을 하는 것이 전형적인 여성의 모습이었다.

메종일각 쿄코에 투영된 변화한 일본 여성의 모습

일본의 전형적인 남성과 여성의 모습은 변화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버블 경제 위기로 기업은 도산하고 대기업 직원 남편과 그 아내의 안정적 가정이라는 전형적 모습은 위기를 맞았다. 이런 인식 변화의 모습을 이 메종일각의 남 여 주인공을 통해서 엿볼 수 있다. 고다이와 교코 두 주인공은 이런 전형적인 모습에서 전혀 벗어나 다른 선택을 한다.

고다이 유사쿠는 어렵게 재수를 하여 3류 대학에 들어간다. 3류 대학에 들어갔기 때문에 대기업에 취직은 어려운 상황이다. 물론 서브 여주인공 야기미의 아버지를 통해 기회를 얻지만 1980년대 후반의 불안한 경제 상황에서 취업한 회사가 부도가 난다. 그는 결국 사회에서 요구하는 직장이 아닌 자신이 좋아하는 유치원 교사를 선택한다.

오토나시 쿄코는 더 전형적이지 않다. 그녀는 일본 귀족 출신으로 매력적인 직업과 부유한 집안인 미타카를 선택하지 않는다. 오히려 3류 대학 출신의 유치원 교사가 된 고다이를 택한다. 능력 있는 남편의 아내가 되는 길을 가지 않고 경제적으로 부족하지만 자신의 좋아하는 일을 하는 고다이를 지지한다. 기존 일본 여성의 전형적인 선택은 다른 여자 주인공이 한다.

바로 서브 여주인 코즈에다. 그녀는 고다이와 썸 타면서 쿄코와의 갈등의 원인을 제공하며 활약 한다. 이야기의 막판에 코즈에는 고다이의 진심을 듣는 과정에서 대기업에 다니는 선배에게 프로포즈를 받는다. 코즈에는 고민하지만 미래가 불투명한 고다이가 아닌 대기업 다니는 선배를 선택한다. 그리고 그녀는 엔딩에서 아내로서 행복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일본의 현대사 그리고 메종일각의 메시지

일본의 지금 모습은 메종일각이 그렸던 1980년대와도 분명 다르다. 80년대 일본 여성 직원들은 오피스레이디라는 칭호를 받으며 남 직원과는 다른 역할과 급여를 받았다. 지금은 80년대보다 다양한 직급에서 대우를 받으며 능력을 발휘하며 살아간다. 반면 일본 남성들은 ‘초식남’이라는 단어가 등장할 정도로 경제 대국 기업의 일꾼이라는 이미지를 잃었다.

다카하시 루미코가 메종일각의 쿄코라는 인물을 통해 이야기하는 것은 현명한 여성의 선택과 주체적인 삶 선택으로 보인다. 당시 이런 주제 의식은 1980년대 일본의 경제 상황과 이에 대응하는 젊은 청춘들의 모습을 통해 좀 더 입체적으로 다가오는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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