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수 선수가 2023년 7월 포르루갈 리그에서 중국 슈퍼 리그로 이적했다. 박지수는 2022~2023 시즌 포르투갈 1부 리그에서 주전 센터백으로 뛰고 있었다. 팬들은 아쉬워 했다. 이적 이유는 당연히 돈이었다. 그의 인터뷰를 보고 무작정 유럽을 버리고 중국 간다고 비판하긴 어려웠다. 그의 인터뷰를 통해 일본 축구 해외파 많은 이유와 우리나라 선수들이 유럽이 아닌 왜 중국이나 중동으로 가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박지수 유럽에서 중국 진출, 20배 연봉 차이
축구 팬들은 국내 탑급 선수들이 중국이나 중동에 진출하는 것을 매우 아쉬워한다. 비판도 한다. 카타르 월드컵 직후 박지수 선수의 유럽 도전에 박수를 보냈다. 포르투칼 1부 팀에서 주전으로 시즌을 마무리 했으니 2023~2024 시즌에는 유럽에 계속 뛸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그는 중국으로 선택했다.
팬들은 그의 중국 선택을 비난하지 않았다. 그가 인터뷰에서 밝힌 연봉 액수 때문이었다. 포르투갈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가 받은 연봉은 6만 유료(한화 약 8500만 원)이며 중국에서선 21억을 받는다. 20배 차이다.
포르투갈 프리메이라 리그는 유럽 UEFA 리그 랭크 5-6위 권이다. 그런 리그 중하위권 팀의 주전 선수가 받는 연봉은 1억원 수준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그 연봉을 받고 어떻게 포르투갈에서 버텼는지 더 신기한 정도다. 이 정도 액수 차이면 왜 유럽 도전을 안 하는지 뭐라고 힘들 정도다. 일본 선수들에 대한 대우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많은 일본 선수들은 중동이나 중국이 아닌 유럽 중소 리그 중하위권 팀을 계속 도전하는 있다.
싼 이적료로 유럽 진출하는 일본 선수들
일본 선수들은 포르투갈, 벨기에, 네덜란드, 분데스리가 2부 등 소위 빅리그 이하의 리그에 많이 진출한다. J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내면 임대 형식이나 10억 이하 헐값의 이적료를 받고 진출한다. 그들의 진출 직후 연봉은 박지수의 받았던 연봉이랑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중국이나 중동에 눈을 돌리지 않고 유럽에 나간다. 길지 않은 선수 생활에 유럽에서 무조건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액수만 따지면 J리그에서 뛰는 게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유럽에 나가는 일본 선수들은 유럽이라는 무대 도전이 우선으로 보인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전후만 해도 우리나라와 일본 유럽파 숫자는 큰 나지 않았다. 이후 매년 싼 이적료로 중소 유럽 리그에 도전하는 일본 선수들은 꾸준히 늘어났다. 시간이 지나 그런 선수들이 성장하여 5대 리그에 진출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일본 선수들이 이런 선택을 하는 이유는 축구 아닌 야구 선수 오타니에서 찾을 수 있다.
오타니 수백억 손해보면서 MLB 진출 왜?
오타니는 설명이 필요없는 mlb에서 최고 선수이다. 그는 2018년에 메이저리그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그 때 그의 나이가 만 23세였다. 메이저리그 포스팅 시스템은 규정 상 만 25세 미만 선수는 아마추어 유망주로 간주한다. 마이너리그 계약만 가능하기 때문에 충분한 대우의 연봉을 받을 수 없었다. 오타니는 2년 뒤에 진출하면 제대로 된 대우를 받고 메이저리그에 갈 수 있었다.
그는 메이저 리그 진출을 미루지 않았다. 그는 진출 후 2년 간 아마추어 유망주 대우의 연봉을 받고 뛰었다. 훗날 그는 일본 매체 인터뷰에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오르기 위해서 1년이라도 빨리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택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프로 선수는 뛰는 기간이 한정되어 있다. 2년 간 연봉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면 엄청난 손해다. 돈보다는 도전을 더 우선 시 한 결정이다. 90년대 일본의 최고 인기 선수였던 미우라 가즈요시는 50이 넘은 나이에 아직도 유럽에서 뛰고 있다. 매체 보도를 보면 일본에선 이런 평범하지 않는 도전을 추앙하는 분위기이다.
많은 유럽 도전 일본 선수들의 ‘장인 정신’?
일본은 오래된 노포 가게들이 많다. 일본에선 몇 대 째 가업으로 이어온 요리 장인들의 이야기를 쉽게 들을 수 있다. 그 바탕에선 일본의 특유의 장인 정신이 있다고 평가된다. 그 장인정신은 일본의 오래된 계급 사회에서 형성된 문화와 관계되어 있다.
일본은 중세 시대부터 다이묘라는 봉건 영주를 중심으로 철저하게 계급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계급 간의 이동은 전혀 자유롭지 못했다. 이런 신분 위계 질서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는 전통(?)이 생겼다. 특정 기술을 보유한 장인에게 대우가 남달랐다고 한다.
지금 일본은 그 문화를 간직하고 있다. 운동 선수들도 예외는 아니다. 오타니 사례에서 보듯 금전보다는 운동 선수로서 도전하고 성취하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 축구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J리그에서 유럽 중소 리그로 진출하는 선수들의 사례를 보면 당장의 연봉보다는 유럽으로 도전하여 선수로서 성장하는데 우선 순위를 두는 마인드가 훨씬 강하다. 이런 도전을 여러 단체들도 지원한다.
일본의 유럽파 성공을 돕는 축구협회 시스템
최근 분데리스가에서 뛰던 카마다 다이치가 프랑크푸르트와 계약 만료되었다. 계약 기간이 완료된 FA라 이적료 없이 팀을 옮길 수 있었지만 팀을 구하지 못했다. 이 때 일본 기업인 미즈노가 등장했다. 미즈노는 이탈리아 1부 리그 세리에 SS라치오의 스폰서였다. 그 회사가 카마다의 연봉 60%를 지원했고 그렇게 카마다는 세리에 SS라치오로 이적하게 되었다.
J리그에선 선수에게 유럽 진출 오퍼가 들어오면 팀이 헐값의 이적료만 보내주는 경우가 많다. 카마다 다이치처럼 특정 기업이 이적료를 대신 지원하는 경우도 종종 보도된다. J리그와 후원 기업들이 유럽에 도전하는 선수들을 지원하는 일종의 시스템이 만들어진 것이다.
일본 축구 협회 회장은 카타르 월드컵 직후 기자회견에서 2050년 일본 월드컵 유치와 우승이 목표라는 비전을 발표했다. 주요 일본 언론들은 2005년에 협회가 시작한 재패니즈웨이라는 계획의 연장 선상이라고 하고 있다. 어떤 조직이 하나의 목표를 정하면 소속 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일본 사회의 모습이 발견된다.
한국 일본 의미없는 비교, 손흥민과 김민재의 길
축구 팬으로서 일본 축구 해외파 숫자와 진출 상황을 보면 부러울 수밖에 없다. 이런 결과는 선수들의 특유의 도전 마인드와 이를 뒷받침 하는 리그, 협회, 기업의 움직임이 만들었다. 우리가 일본의 성공 사례를 따라하는 것 자체는 어려워 보인다. 이는 오랜 시간 형성된 개인 문화적 기질과 사회 분위기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박지수의 중국 진출 사례에서 본 것처럼 유럽 도전하라고 무작정 바라는 것도 무리가 있다. 선수 개개인은 선수로서 자신과 가족의 삶을 위해서 부를 축척하고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해외파 진출 비교는 무의미하다. 일본과 같이 방식으로 해외 진출을 할 수도 없고 선수의 선택은 철저히 개인의 선택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최근 김민재의 성공으로 센터백 유망주들의 유럽 진출이 러쉬를 이루고 있다. 김지수를 시작으로 이한범, 황인택 등 20대 초반의 유망주들이 K리그에서 바로 유럽으로 진출했다.다.이런 분위기에서 2023~2024 시즌에 어느 해보다 많은 선수들이 유럽에 진출했다.
결국 손흥민, 김민재 같은 특출난 선수들이 등장하여 앞길을 터주면 많이 선수들이 이어가는 것이 한국 축구의 스타일로 보인다. 그렇기에 일본과의 비교보다 지적보다는 이번 시즌에 대게 진출하는 유망주들에게 응원과 박수를 보내는 것이 더 필요해 보인다.
한국축구협회는 장기 비전이 없다. 대표님 감독 관리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협회가 중심이 되어 있지 않기에 우리나라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어린 선수들의 도전을 후원하는 시스템이 굳어지기를 바라는 것도 무리다. 어린 선수들의 유럽 진출을 응원하며 또 다른 손흥민, 김민재가 나오길 기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보인다. 그것이 일본과는 다른 오래전부터 있었던 한국 축구 스타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