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 감독의 2023년작 ‘밀수’가 2023년 12월에 디즈니플리스에서 공개되었다. 2023년 7월에 개봉하여 514만 관객을 동원하여 코로나 이후 괜찮은 흥행 성적을 거두었다. 영화 밀수 줄거리 결말을 보면 색다른 특징은 두 명의 여자 주인공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김혜수와 염정화 두 베테랑 여배우들의 케미가 돋보인다. 이런 특징은 류승완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인 ‘피도 눈물도 없이(2002)’를 떠올리게 한다. 두 명의 여주인공의 갈등을 중심으로 남자 주인공 빌런들과의 대결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그린 두 영화를 비교해 보면 여러 흥미로운 점들을 발견할 수 있다. (스포일러가 있음)
강인한 여성 캐릭터의 등장 : 밀수와 피도 눈물도 없이
류승완 감독의 ‘밀수’와 ‘피도 눈물도 없이’ 두 작품 모두 여주인공들은 흔히 말하는 매우 센케들이다. ‘피도 눈물도 없이’의 주인공인 경선(이혜영 분)은 과거 금고털이나 은퇴하며 택시 기사로 살아가는 인물이며, 수진(전도연 분)은 가수지망생이었지만 조직의 하수인인 남자 친구의 폭력을 견디면 살아간다. 우연한 차량 접촉 사고로 만난 둘은 서로 비슷한 처지라고 느끼며 가까워 진다. 수진은 사채 빚을 독촉하는 사채업자들에게 딸의 안전을 미끼로 협박을 당하자, 수진이 제안한 투견장의 돈 가방 빼돌리는 일을 함께 한다.
‘밀수’도 두 여자 주인공인 조춘자(김혜수 분)과 엄진숙(염정아 분)는 군천이란 도시에서 해녀로 친 자매처럼 지내는 사이였다. 1970년대 해안에 들어선 공장들로 바다가 오염되자 밀수에 뛰어든다. 바다에서 밀수 제품을 건지는 일을 하던 중 나타난 세관 단속선을 피해 도망하던 중에 비극을 겪는다. 진숙의 아버지와 동생이 스크류에 빨려서 죽고 진숙은 잡혀서 김옥에서 2년간 복역한다. 배에서 도망간 춘자는 서울에서 밀수업을 계속 하고 그 두 사람은 다시 밀수로 엮어서 군천에서 다시 재회를 한다.
남성 중심의 세계와의 대결: 밀수와 피도 눈물도 없이
두 영화의 악역은 모두 남성이다. ‘피도 눈물도 없이’에선 주인공 수진(전도연 분)의 남자 친구인 독불이(정재형 분)이 최종 빌런이다. 독불이와 함께 독불이 속한 조직인 KGB(김금봉 : 신구 분)영감과 그의 보디가드인 침묵맨(정두홍 분)이 등장한다. 투견장의 돈 가방을 놓고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지면서 마지막에는 독불이와 수진, 경선의 마지막 싸움으로 치닫게 된다.
‘밀수’에서는 조춘자와 엄진숙과 대립하는 빌런으로 장도리(박정민 분)와 세관 계장인 이창준(김종수 분)이 등장한다. 장도리는 극 초반에는 조춘자와 엄진숙의 해녀 일을 돕는 순박한 선원으로 등장하지만 점점 실체를 드러내면서 빌런으로 드러나는 인물이다. 여주인공과 가까운 사이였다가 끝까지 대립하는 것을 보면 ‘피도 눈물도 없이’의 독불이 비슷한 위치에 있다. 세관 계장인 이창준도 반전이 있는 악역으로 등장한다.
두 영화가 여주인공 대 남자 빌런의 구도는 성과 관련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단지 여성이 주인공으로 가지는 캐릭터의 특성을 잘 살리는 정도이며 빌런인 남자들도 폭력성을 강하게 드러내지만 여주인공을 돕는 남성 캐릭터들이 함께 등장하여 두 영화 모두 여성 대 남성이라는 성 대결의 구도를 의도를 드러내지는 않는다.
여성 주인공의 우정과 통쾌한 복수극 : 밀수와 피도 눈물도 없이
‘밀수’와 ‘피도 눈물도 없이’ 두 영화 모두 여성 주인공은 오해로 인한 갈등을 겪는다. ‘밀수’의 경우 엄진숙(염정아 분)은 아버지와 동생이 죽은 밀수 현장을 고발한 사람이 조춘자(김혜수 분)라고 확신한다. 이 조춘자에 대한 엄진숙의 오해는 진짜 빌런이 누군인지가 드러나는 과정을 더 몰입하게 만든다.
‘피도 눈물도 없이’도 수진(전도연 분)과 경선(이혜영 분)이 오해로 인한 갈등을 겪는다. 투견장 돈가방을 훔치기로 공모하여 도주하는 과정에서 수진이 경선을 속이고 혼자 돈가방을 가로채는 상황으로 그려진다. 두 영화 모두 관객들까지 함께 오해하게 만들면서 이야기를 계속 몰입하는 장치로 사용된다. 결국 오해와 갈등이 해소되는 과정에서 두 주인공의 관계는 회복하며 신뢰를 확인한다.
‘피도 눈물도 없이’는 복수극이라고 하기는 애매하다. 수진은 가수라는 꿈을 잃어버린 채 폭력을 행하는 남자 친구인 독불이에 얽매여 살아간다. 독불이와의 마지막 대결을 통해 수진이는 그런 정신적 육체적 억압에서 벗어난다. ‘밀수’는 전형적인 복수극이다. 진숙의 가족이 죽고 자신을 감옥에 가게 만든 진짜 범인을 발견하고 그들을 응징하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려진다.
유승완 감독의 초창기 작품인 ‘피도 눈물도 없이’와 최근 작품인 ‘밀수’는 감독의 진화를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두 영화는 각기 다른 시기의 사회적 맥락을 반영하면서도 공통적으로 강렬한 여성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개봉한 ‘피도 눈물도 없이’와 ‘밀수’에서도 여성 캐릭터는 개성있는 주인공으로 극악한 남성 빌런들과 맞서 싸우며 관객을 매료시킨다.
두 작품의 개봉 시기가 2002년과 2023년으로 20년의 차이가 있지만 모두 여성 캐릭터의 독립성과 강인함은 그의 작품세계의 일관되게 보여진다. 또한 ‘피도 눈물도 없이’의 카체이싱 장면이나 ‘밀수’의 수중 액션 장면을 통하여 역동적이고 흥미진진한 액션과 플롯으로 관객을 몰입시키며, 여성 캐릭터를 통해 다채로운 감정과 흥미를 전달한다.